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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계 - 2021년 우천상 수상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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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천복지재단 댓글 0건 조회 2,166회 작성일 21-08-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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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단법인 우천복지재단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함께 미래 사회복지를 이끌어갈 인재를 선정하여 매년 세 분께 우천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2021년 수상자이신 생명터 박민계 국장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 우천상 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상을 받으시고 그간 좀 달라진 게 있으신가요?

  상 받고 시간이 정말 금방 갔어요. 상 받은 걸 계기로 좀 더 많은 사람을 알게 됐다는 느낌이에요. 다른 수상자분들도 알게 된 것이 참 좋았고요. 

  실은 우천상에 대해서 저는 잘 몰랐어요. 상금이 있다는 것도 나중에 저희 원장님께서 알려주셔서 알았고요. 상금으로 저를 위해 피아노를 한 대 샀고, 철학 강의도 패키지로 등록해서 듣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이동하기 어려운데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그리고 상 탄 거를 주변에서는 사실... 잘 모르세요. (웃음) 협회 쪽에서는 방송을 보셔서 그런지 아시는데 타 기관들에서는 잘 모르시죠. 지역이라서 아무래도 상에 대해서 잘 모르셔서 앞으로 좀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명터 식구들에게 한턱 쏘려고 기회만 보고 있는데 아직도 못 하고 있네요, 코로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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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느낌의 생명터 거실에서]


Q. 우천상의 모토가 사회복지 차세대 리더인데요. 좀 부담되시나요?(웃음) 지금의 사회복지사 박민계를 있게 한 과거의 순간이 먼저 궁금합니다. 첫 장면은 언제, 어디였을까요? 

  정말 부담돼요. (웃음) 첫 장면이라면, 중학교 1학년 때 생각이 나네요. 제가 부반장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엄마가 학교에 신경 쓰실 상황이 못 되고 형편도 별로 좋지 않아 못하겠다고 말씀드렸었거든요. 그랬더니 담임선생님께서 부반장을 엄마가 하시는 것 아니라며 저를 설득하셨어요. 그러면서 유심히 저를 보셨고 마음에 많이 남으셨나 봐요. 그때 선생님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계셨는데 저를 많이 참여시키시더라고요. 그 친구들이랑 편지도 주고받았고, 심부름도 많이 했어요. 어느 날은 선생님 댁에 가게 되었는데 그때 신혼이시고 애기도 있으셨는데 집이 되게... 방 하나 있고 그런 데 사시더라고요. 선생님도 어려운 형편이신데 이렇게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고 계시는구나... 나도 선생님처럼 살아야지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꿈이 환경운동가였다고 한다. 우연히 접하게 된 민중가요에 꽂혀서 공부할 때마다 듣고 힘을 얻었다던(?!) 조숙한 고3 학생은 공대에 진학하였고, 학과 공부보다는 풍물패와 문학동아리, 영상 편집 동아리 활동을 하며 진로에 대해 넓고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을 두고 찬찬히 고민한 끝에 사회복지 공부를 선택했던 경험이 생명터 엄마들이 미래와 진로에 대한 불안으로 조급해질 때 나눠줄 수 있는 귀한 경험이라고 한다.



Q. 새내기 사회복지사이셨을 때 기억나시나요?

  처음 일을 시작했던 곳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었어요. 낮에는 직업재활시설로 함께 출근하고 저녁에는 그룹홈으로 함께 퇴근하여 일상생활 지원을 하며 2년 반을 밤낮없이 일했지요. 장애가 있는 분들을 돕겠다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일을 하면서 본인 스스로가 많은 힘을 갖고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함께 걷자라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이후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거쳐 2011년 생명터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남편을 만난 곳이 첫 직장이었네요.

 


생명터는 경남 창원에 있는, 아기를 양육하는 미혼모를 위한 생활시설이다. 원장을 포함한 3명의 직원이 10명의 엄마, 10명의 아기와 함께 울고 웃으며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Q. 생명터에서만 10년을 꽉 채우셨다고 들었어요.

  네, 그러게요. 일단 원장님이랑 호흡이 되게 잘 맞았어요. 아이디어도 많으셔서 계속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곳에서 아기들이랑 늘 만나잖아요. 하루하루 아기들한테 에너지를 받고 좋았던 거 같아요. , 함께 일하는 선생님 한 분도 10년 차이세요. 셋이 함께 일한 세월만 10년이 된 거죠.

 

Q. 세분 모두 10년째 함께 일하고 계신다구요?

  네. (웃음) 그래서 초창기에 있었던 엄마들 애기들이 초등학교 가고, 중학교 가고. 이런 친구들도 엄마랑 같이 한 번씩 찾아오거든요. 그러면 엄마들이 그런 얘기를 해요, 친정 같다고... 십 년 동안 선생님들이 한결같이 계속 계셔주셔서... 저희도 되게 좋구요. 셋이 척하면 척, 호흡이 정말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자랑 같지만 재작년에 사회복지시설 평가했을 때 저희 대통령 표창도 받았어요.

 

Q. 자랑 맞네요! 자랑하셔야지요. 그때 어떠셨어요?

  10년 동안 우리가 같이해온 것들의 성과가 난 것이니까 고생한 보람이 있다... 큰 격려를 받은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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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함께 해온 동료_노미진 원장, 윤미순 사회복지사와 함께]


생명터가 자리한 곳은 야트막한 산을 등 뒤에 두고 잘 정돈된 집들이 오순도순 모여있는 아늑하고 조용한 마을이다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계신 동네에 처음 미혼모자시설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반대도 있었고아직도 건물의 한 면 모든 창문에 우윳빛 가림 창이 덧대어져 있다지금은 아기 키우는 곳이라며 아장거리는 아기들을 보며 좋아하시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생명터 식구들의 꾸준한 노력과 정성이 있었다.

 

Q. 요즘에야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응원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미혼모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많잖아요동네 분들과 함께 지내시는 것은 어떠셨나요.

  저희 엄마들은 독립생활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엄마들 자신이 자라온 과정에서 받은 상처들때문에 혼자 어린아기 키우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많아요그래서 공동생활을 통해 서로 돕고 있지요그래도 이전의 상처때문에 여전히 대인관계를 힘들어하는 엄마들도 많은데 그래서 더욱더 저희는 밖으로 같이 나가요사람들은 미혼모에 대해 편견도 있고 어두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엄마들이 이제 아기 키우는 것에 대해 자신감도 있고요밝아요그래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계속 나가려고 하죠.

  하지만 처음에 캠페인을 하면 미혼모를 조장한다고 화내시는 분들도 있고시설이 들어올 때 반대하여 공사가 좀 늦어지기도 했어요시설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고 저희가 노력 되게 많이 했어요우쿨렐레 동아리 활동할 때도 경로당 찾아가 공연도 하고수세미도 떠서 드리고 어르신들 놀러 가실 때 원장님께서 사비로 후원도 하시고... 이제는 저희 애기키우는 데라고 알고 계세요그래서 애기들 귀여워하시고 좋아하세요많이 좋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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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봉사단_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최근 한 방송인이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많은 이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고 있다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삶을 보여주는 예능프로그램도 반향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구나실감하게 되기도 한다하지만 이들이 좀 더 안전하게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24시간 함께 하며 지원하는 시설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고민이 많다.

 

Q. 요즘 일하시면서 고민이 되거나 그런 부분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음...... 근본적인 해결이라는 게 참 힘들기는 한데 엄마들이 어릴 때부터 더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경제적으로도 그렇고 교육이나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있었다면 삶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우리 엄마들의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보면 미혼 엄마의 자녀이기 때문에 돌봄이 좀 부족하고앞으로 또 비슷한 어려움을 겪게 되지 않을까 싶어 마음이 아픈 거죠.

  엄마들 중에는 가정폭력 피해 경험이 있었던 엄마도 많구요그러다 보니 지금 그걸 치유하는 과정이 너무 힘든 거예요아이도 키워야 하는데...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조금 더 체계적이고 촘촘한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초중고교 시절에는 문화생활이나 이런 경험도 많이 필요하거든요그런데 결국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자격을 따져서 지원해주는 시스템이다 보니 문제는 계속 반복되는 게 아닐까 싶은 거죠점점 좋아지고는 있지만 말이죠.

 

Q. 부부 사회복지사시라고 들었어요엄마아빠가 모두 바쁘셨을 텐데 아이들은 엄마의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희 애들은 생명터를 이모들이 아기를 키우는 곳이라고 알고 있어요그래서 아이는 아기를 꼭 엄마와 아빠가 함께 키워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것 같아요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그래도 조금 더 넓지 않나 생각해요

  보통 제가 퇴근을 늦게 하는 편이다 보니 한창 엄마 손이 필요할 때 못 해준 것들같이 보내지 못하는 시간에 대한 미안함이 좀 있기는 해요아이들은 그래서인지 혼자서 알아서 잘하고 엄마를 굳이 부르지 않아요. (웃음대신 아이들이랑 캠핑같이 가고가끔 집 마당에 불피우고 아이들이랑 불멍하기도 하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같이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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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

  작년부터 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육아용품 REUSE(재사용센터 Mom’s Re 사업을 하고 있어요그러면서 기후위기를 고민하고 환경운동을 하시는 분들과 교류하면서 고등학교 때 막연히 꿈꾸었던 환경운동가로서의 나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어요생명터에서도 엄마들과 함께 강의도 듣고 고민하며 환경 살리기를 실천해가고 있어요일회용품 안쓰기 운동도 하고요

  엄마들도 우리 아기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고사회에서 본인들도 역할을 하고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활동을 하면서 주변에서도 알아봐 주시니 자존감도 좀 높아지는 거 같구요지속적으로 이런 활동을 하면서 착한 소비자운동시민사회 운동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가고 싶어요.

 

Q.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앞으로의 포부랄까덧붙이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포부라고 하기는 좀 거창하고바램이 있다면 생명터가 이곳에서 지내는 엄마들에게 언제나 포근한 공간퇴소 후에는 열심히 살아가며 힘든 일기쁜 일이 있을 때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생명터와 늘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분들 스스로 지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자신을 잘 돌봐야 우리가 만나는 대상들도 더 잘 돌볼 수 있으니까요늘 주변의 동료들과 연대하세요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도 함께하면 힘이 되고그러다보면 여러분이 꿈꾸시던 것이 언젠가는 꼭 현실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메일 하단에 개인 연락처를 손전화로 적은 것이 눈에 띄었다한번 먹은 마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은근한 끈기어렸을 때 품었던 삶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는 고집스러움과 성실함이 대화를 나누며 묵직하게 다가왔다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원장님이 웃으며 저희는 박민계 보유기관입니다라고 자랑스레 말씀하셨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회복지계의 차세대 리더그녀가 생명터와 함께 내디딜 다음 걸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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