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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희 - 2021년 우천상 수상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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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천복지재단 댓글 0건 조회 1,413회 작성일 21-11-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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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단법인우천복지재단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함께 미래 사회복지를 이끌어갈 인재를 선정하여 매년 세 분께 우천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2021년 수상자이신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사회복지실 정대희 팀장님을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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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랜만에 다시 인사드립니다. 3월 시상식에서 뵈었는데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가는 때가 되었네요. 올 한해, 어떠셨나요?

    얼마 전에 동료들과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올해는 정말 2년 치를 사는 것 같다고요.(웃음) 일도 정말 많았는데요, 제가 그간 팀장 직무대행을 해오다 올해 초에 정식으로 팀장이 되었어요. 거의 한 달에 걸쳐서 전형이 있었어요. 영어에 시험, 실무면접, 임원면접까지요. 이걸 통과하면서 큰 숙제를 끝낸 느낌이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우천상도 받게 되었죠. 그러면서 뭐랄까, 조직 내에서 그리고 조직 밖에서도 인정을 받았다는 느낌이 참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우천상을 처음 알았을 때, 사회복지계의 차세대 리더를 위한 미래인재상이라는 이름이 너무 좋은 거에요. 탐났거든요.(웃음) 수상이 팀장 승진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해요.

 

Q. 그랬다면 저희도 정말 기쁩니다. 의료사회복지 분야에서만 13년을 일하셨다고 들었어요. 의료사회복지사에 대해서 알리시는 유튜브 튜타쌤도 제가 열심히 보고 있는데요, 의료사회복지라는 분야를 선택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저는 사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경우에요. 저는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나와 행정고시를 준비했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사회복지 정책을 입안하고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거든요. 하지만, 계획했던 일들이 잘 되지 않으면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그때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자원봉사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고 그랬는데 프로젝트 계약직 자리가 났고, 운 좋게 제가 인연이 되어 계약직 의료사회복지사 직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취업을 위해 도전하는 과정에서 수 차례 고배를 마시다가 온 기회를 인연으로 여기까지오게 되었습니다.

 

Q. , 그러셨군요.

    그래서 제가 지금도 생각하는 게 순간의 선택이 정말 중요하다.”입니다. 장교 임관식 때문에 졸업한 해에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못 봤거든요. 이듬해에 사회복지사 1급 시험 봤는데, 그때 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시 실천 현장에 나오리라 생각하지 않아서 시험에 응시할 생각이 없었는데 그래도 이왕 공부했으니 보자 해서, 군대에서 공부해 1급 시험에 합격했어요. 그때 시험을 치루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겠지요. , 계약직으로 처음 발을 내디디며 토익시험 접수했던 것을 취소할까 망설이다 귀찮지만 보기로 결심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성적 덕에 지금 몸 담고 있는 서울대학교병원에 이직 시 채용 과정에 응시할 수 있는 서류 요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다소 사소할 수 있는 이 두 가지 경험 때문에 선택의 중요함,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의 중요함에 대해 생각하고 수련생이나 이런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합니다.

 

Q. 의료사회복지사가 국가 자격이 되면서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유튜브에 관련된 질문도 많고 답변도 열심히 해주시더라고요. 최근에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의 몇몇 에피소드에서도 사회사업실이 언급되어서 반갑기도 하고 예전과 많이 달라졌구나 생각하기도 했어요.

    네, 저는 그 드라마를 모두 보지는 않았고 몇몇 에피소드만 보았는데요. 동료들이 자주 슬의생 이야기를 해서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의사다 보니 저희가 하는 활동도 잠시 다루어지긴 했지만 너무 간략하게만 소개되어서 아쉽기도 했고 그 뒤의 중요한 과정과 일들이 많이 있는데라는 마음에 시청자들의 오해가 걱정도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제 유튜브 채널에서 잠시 다루기도 했었습니다.

 

사회복지사업법 시행령이 작년 12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의료사회복지사는 국가자격으로 전환되었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 소지자가 지정 수련기관에서 1, 1000시간 이상의 수련과정을 이수한 경우 취득할 수 있는데, 현장 특화된 수련 과정을 통해 인력의 전문성과 의료사회복지서비스의 질이 보다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의료사회복지사는 병원에서 실제로 어떤 업무를 가장 많이 하시나요?

    의료사회복지팀에서 만나게 되는 분들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의뢰되어 오시는 경우가 제일 많아요. 저희 병원의 경우 거의 70% 넘어가고요. 그 외에 재활의학과나 호스피스, 장기이식 등 긴밀한 협진이 필요한 경우, 환자나 가족에 대한 심리사회적 상담이나 자원연계, 퇴원계획 상당 등 때문에 오시는 분들도 있구요. 저희 팀에는 정신건강의학과 담당하시는 정신건강사회복지사도 계십니다. 의료사회복지팀은 치료과정에 환자가 겪는 여정에 관련된 여러 문제를 다루기는 하지만, 현재기준 경제적 지원 관련 업무 비중이 아무래도 제일 높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요구들이 계속 바뀌는데요. 요즘은 점점 돌봄의 부재, 지역사회 복귀 이후 치료연속성 확보에 대한 문제 등 커뮤니티 케어 관련 이슈에 대한 요청과 업무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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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회복지상담실에서]

 

Q. 제가 실은, 선생님 이름으로 검색을 좀 해봤어요,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요. 그랬더니 생각보다 기사나 활동하신 내용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특히 소아암 환아들과 인연이 깊으셨던 것 같던데... 석사논문도 소아암 환자 사별가족에 대한 것이더라구요.

    제가 2010년에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사하게 되었고, 2013년부터 소아암 파트를 맡게 되었어요. 의료사회복지팀은 병원 전 진료과로부터 의뢰를 받는데요. 직원들이 각각 담당과를 나눠서 담당합니다. 그때 소아암부모회 분들이 활동을 열심히 하셨는데요. 부모회 임원분들께서 저를 찾아와 보호자를 위한 힐링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주셨어요.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와 정관장에서 진행한 멘토링 프로그램이 때마침 생겨 소아암 부모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소아암부모회분들과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었어요.

    또 소아암의 경우는 병원비 때문에 초진 때 의뢰가 많이 오거든요. 그래서 관련 지원사업 등 안내를 많이 하는데 뭔가 좀 더 깊이 있게 아이들하고 만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메이크어위시 재단이라는 곳에서 소원들어주기 사업을 하는 걸 알게 되어서 저희 병원 아이 소원 들어주기를 수련생들하고 봉사팀 꾸려서 했어요.

 

기억나는 친구가 둘 있다. 소원 들어주기를 신청했던 친구는 소원대로 수련생들이 열어준 1일 학교에서 경쟁자(수련생)들을 물리치고 전교 1등도 해보고, 다양한 미션을 성취하며 제일 큰 소망이었던 노트북을 선물로 받아 꿈같은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지금의 반짝이는 헤어스타일을 있게 해준 친구였다. 밝은 친구였는데 재발하여 다시 입원하게 되었고, 항암 치료하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말문을 닫았다고 한다. 고민하다 머리를 시원하게 밀고 아이를 찾아갔고 아이는 엄마에게 아프지 않은 사람도 머리카락이 없을 수 있냐고 물으며 말문을 열었다.

상심한 아이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결단한 그의 진심이 반짝인다. 지금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헤어 스타일을 선물한 친구는 하늘의 별이 되었고, 첫 번째 친구는 어엿한 숙녀가 되어 병원을 가끔 방문하는데 만날 때면 조카같은 마음이 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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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주최 난치병 아동에게 희망을_Rope for Hope’ 캠페인 참여 모습]


Q. 유튜브로도, 그 외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의료사회복지사에 대해 알리는 일을 많이 하고 계세요. 본연의 업무 외에도 시간과 정성을 들이신다고 느꼈는데 어떻게 이런 일들을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어찌 보면 우연히 이 자리에 왔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하다보니까 이 일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저처럼 누군가 의료사회복지에 뜻을 두고 헌신할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텐데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없더라구요. 저도 순간 삐끗했다면 이 일을 더 이어가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정보를 줄 수 있는 채널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시작했고, 유튜브도 하고 있어요. 동료가 어플로도 영상 편집 가능하다고 알려줘서 그다음 날엔가 바로 의료사회복지사 정대희 TV 채널을 만들게 되었어요.

 

Q. 선생님은 망설이지 않으시는군요.

    네.(웃음) 뭔가 좀 꽂히면 두고 보거나 망설이기보다는 바로 해보는 편이에요.

 

유튜브도 그렇고 다양한 대외활동에, 내년에는 박사과정 입학까지 앞두고 있다. 놀라운 활동력과 실행력. 버겁지는 않을까 싶은데 물결에 몸을 맡긴 듯 가벼워 보인다. 자신에 대한 믿음, 끊임없이 발전과 성장을 추구하는 태도가 그의 가장 큰 동력이기 때문이 아닐까.

 

Q. 요즘 가장 많이 하시는 생각, 고민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정대희의 뇌구조!

    요즘 제 가장 큰 고민은, 의료사회복지사가 국가자격화 되면서 수련 과정도 제도화되었거든요. 그런데 여기가 병원 세팅이다보니 아무래도 의사나 간호사들이 하듯이 도제식의 문화가 있어요. 그래서 젊은 세대들과 기존의 이 방식이 안 맞는 부분도 생기고 하는데 이걸 어떻게 조화롭게 맞추어 교육할 것인가 그런 고민이 있습니다. 사실 젊은 친구들이, 저도 아직 젊긴 하지만(웃음) 얘기하는 것들이 기회라고도 좀 보여지는 것 같아요.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해왔던 것,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없었던 것들도 있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일단 열어놓고 듣는 거, 대화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물론 저도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기는 합니다.

또 팀장으로서의 고민도 있는데요. 어떻게 하면 팀이 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인력관리를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큰 화두에요. 동료들과 일을 넘어서 다른 대화를 나누고 할 때도 많고 그럴 때 참 즐거운데, 누가 팀장님~” 부르면 좀 떨려요.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러나하고요(웃음)

 

Q. 떨린다는 표현이 참 솔직하고, 그래서 와닿네요. 오늘 선생님의 지난 활동 이야기를 쭉 들으며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이실까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어떨 것 같으세요?

    음...... 삶을 송두리째 바꿀만한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여기에서 계속 있을 것 같긴 한데요. 사실 발전시켜야 할 부분들이 좀 많다고 생각해요. 제가 올해 대학에서 의료사회복지론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이론에 대해 질문하는 거예요. 의료현장에서도 항상 증거기반실천(Evidence -based practice)이 중요하다고 거론되는데 이런 부분을 더 갖춰가기 위한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커뮤니티 케어에서 병원의 퇴원계획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아직 준비가 잘 갖춰져있지 않아 이런 빈 곳들을 잘 메우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갈 거 같아요.

 

Q. 지난 10년도 바쁘셨는데 앞으로도 더욱 그러실 것 같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어주실 동료분들과 나누고픈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저는 처음에는 사실 정책 현장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첫 발을 실천 현장에서 떼게 되었죠. 그런데 이렇게 일하다가 우연히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개발과 관련해 복지부에서 연락을 받은 거에요. 그래서 전화로 그냥 이것저것 알려드렸는데 그 인연으로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죠. 그러면서 생각했어요. 실천 현장에서 열심히 했더니 어느 순간 정책 현장하고 맞닿게 되는구나. 교수님들이 정책, 임상, 현장 이렇게 다 같은 거라고 하시는 이야기를 경험적으로, 진짜구나 느꼈어요. 결국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다 만난다는 것. 그때 서로를 잘 이해하고 협조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 자리에서 여러분들과 만나면 좋겠습니다.

 

종합병원에 잠시 머무를 때면 생각이 많아진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프구나, 생로병사가 모든 사람의 일이라는 걸 까맣게 잊고 살다 퍼뜩 정신이 든다. 간절한 마음으로 가족을 돌보는 이들의 피로한 얼굴, 꾹 다문 입으로 병원 안팎을 오가는 사람들. 병원에서 어떤 소식을 안고 어떤 마음으로 가는 걸까. 특히 도움이 더 필요한 사람들 곁을 늘 지키는 의료사회복지사들은 어떤 마음일까. 그는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한 후 마음이 닳아 없어지지 않을까 때로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명상을 통해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역시 그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지금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고, 해야 할 이야기 역시 앞으로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종횡무진 써 내려갈 사회복지 이야기. 그 빛나는 다음 장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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