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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2022년 우천상 수상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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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천복지재단 댓글 0건 조회 599회 작성일 22-09-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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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단법인우천복지재단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함께 미래 사회복지를 이끌어갈 인재를 선정하여 매년 우천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2022년 수상자이신 김은정 부장님을 볕 좋은 어느 오후, 오송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나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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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종합사회복지관 앞에서]


Q. 부장님, 오랜만에 다시 인사드립니다. 우천상 수상하시고 벌써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었네요.

  네, 우천상 덕분에 아주 오래 전에 함께 일했던 분들한테 전화가 오기도 하고 심지어 대학 때 동기들이 연락을 주기도 했어요. 생각보다 뜨거운 관심에 수상이 실감나고 그래서 부담이 더 되기도 했구요. 훌륭하신 분들이 전국에 너무나 많을텐데... 그런 생각도 했었습니다. ‘역시 받을 만 하다.’고 해주신 분들도 계셔서 감사했지요.

 

Q. 저희가 얼마나 엄격히! 심사했는데요.(웃음) 잠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릴께요.

  저는 충북 청주에 위치한 오송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는 김은정이라고 합니다. 이제 막 부장 2년 차가 되어서 지금은 조직 전반에 걸친 행정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어요. 길고 길었던 코로나라는 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는 시점에서 복지관이 해야 할 일, 직원들의 성장을 위해 조직이 해야 할 일들로 고민이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은 초임 관리자입니다.

 

Q. 부장이 되시면서 어떤 것들이 좀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부장이라는 직책을 얻게 되면서 사업을 보기보다는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사업이 있어도 이전에는 제가 직접 벌릴 수 있었다면 이제는 사람들을 독려해서 사업을 잘 할 수 있게끔 하는 거죠. 시킨다고 일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정말로 사업에 대해 스스로 잘 이해가 되고 설득이 되어야 마음이 우러나서 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도록 돕고 만들어야하다 보니까 쉽지만은 않은 자리인 것 같아요.

  또 상급 관리자다보니 직원들 입장에서 저는 사측이죠. 제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노측이지만 실제로 기관의 입장을 좀 더 생각해야하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제가 아무리 편하게 의논하라고 해도 저도 옛날을 떠올려보면 부장님이 편하지는 않잖아요. 선배사회복지사들이 위로 올라갈수록 외로워진다는 말이 예전에 이해가 안되었는데, 조금씩 느낌이 옵니다.(웃음)

 

Q. , 저도 지금 떠오르는 분들이 몇 분 계시네요. ^^ 제가 부장님께서 그간 해오신 활동과 실천들을 쭉 살펴보고 왔는데요, 농촌지역 네트워크 사업을 6년 동안이나 하셨더라구요. 그때 이야기를 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처음 사회복지사로서 현장에 나와 담당했던 일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테마기획 공모사업이었어요. 지역의 사회복지, 보건의료기관과 함께 연대하여 농촌지역 노인을 위한 통합지원체계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2007년이었는데 당시 수도권에서는 네트워크 사업들이 확대되고 있었지만 농촌지역에서는 인식이 부족했었거든요.

  사실 처음에 들어갈 때 네트워크사업인 것도 몰랐어요. 대표기관인 노인복지관에서 채용공고가 나서 지원했는데 일을 시작하면서 저희 뿐 아니라 전국 10개 사업단이 모금회랑 사회복지행정학회 통해서 지속적으로 교육도 받고 플랜도 있어서 배워가며 했던 것 같아요.

당시 청원군에서는 14개 기관을 중심으로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를 구성하였고, 사업이 끝날 즈음에는 35개 기관으로까지 확대되었어요. 지역 대학교와 연계하여 심층욕구조사를 실시하고 농촌형 노인 우울 및 예방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했습니다. 공동사례관리를 위해 정보통신망을 구축해서 통합사례관리체계도 만들었어요. 기관과의 접근성이 부족한 지역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청원군 이장님을 모두 청원노인행복지킴이로 위촉하였고, 이후에는 우체국 집배원 분들을 가가호호 행복지킴이로 위촉하여 지역안전망을 더 촘촘하고 튼튼히 만들 수 있었어요.

  상담과 사례관리, 욕구조사, 주민조직화,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실무자 지원 등 정말 다양한 업무를 네트워크 사업 속에서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 경험이, 지금의 사회복지사 김은정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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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월례회의: 참여기관 종사자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방향을 찾아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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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기관과 사업을 지역에 알리기 위한 사회복지박람회 참가]

 

Q. 말씀을 들으니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해 많은 기관들이 서로 연대하며 활발히 사업을 펼쳐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지금도 이 네트워크는 활발히 운영되고 있을까요?

  지금은 청주행복네트워크로, 지역통합과 대상 확대에 따라 명칭과 형태는 조금 바뀌었지만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모금회 지원이 아니라 지자체의 사업에 포함되어서 자체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Q. 뒤돌아보니 유행처럼 네트워크 사업 붐이 일었던 때가 있었던 것 같아요. 네트워크 만능주의랄까? 진짜로 이것이 필요한 목적, 취지가 간과된 채 보여주기식 연대로 끝나는 것들도 많았구요. 실제로 들여다보면 사무국 몇 명만 일하고 있는 네트워크들도 많았으니까요. 그렇다면 청원노인행복네트워크, 지금의 청주행복네트워크가 이렇게 잘 될 수 있었던 핵심 성공요인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음... 일단 지역적 특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말 청원군이라는 곳에 뭐가 없었으니까요.(웃음)

말씀처럼 수도권에서는 이미 큰 기관들 중심으로 경험이나 노하우들이 있었는데 경쟁도 시작되고, 네트워크들의 다음 단계가 잘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는 불모지 느낌? 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정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잘 모르겠다.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조금 더 지역사회가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이런 기대가 있었을 것 같아요.

  또 프로포절을 준비하면서 제 사수께서 각 기관들을 다니면서 함께 해보자고 했을 때 해보면 좋긴 한데, 힘들지 않을까? 할 수 있겠어?’라고 하셨대요. 그런데 그걸로 끝나지 않고 그런데 네가 한다고 그러면 도와줄게라고 다들 하셨던 것 같아요. 기관들이 많아서 서로 경쟁하는 구조나 분위기였다면 그럴 수 없었겠죠. 시작이 되고 나서도 다들 하기로 했잖아, 같이 해야지. 약속했으니까 우리 해야지.’라는 분위기였어요. ‘새로운 아이디어 이런 것 없고, 말밖에 못 해서 미안하지하시면, ‘그 말 속에서 뭔가 시작되니까 부담없이 오셔서 그냥 막 던지셔라.’ 했어요. 그랬더니 정말 회의에 열심히 와주셨구요. 그래서 끝까지 어느 한 기관 이탈하지 않고 각자의 역할을 해냈어요. 그걸 떠올려본다면 네트워크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사람이었나 싶은 생각도 드네요.

  그러면서 서로 한 마음이 되니까, 실수하거나 잘못해도 비난하지 않고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그러니까 사람이 하는 거지이런 게 있었고, 그러면서 실수한 것도 잘 정리해서 다른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하자, 우리의 경험을 잘 정리해서 선례가 되도록 하자 그런 사명감 같은 것도 있었네요.

 

Q. 네트워크의 성공은 사람에 달렸다... 당연한 말이지 싶으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 말입니다.

  당시 모금회와 사회복지행정학회에서도 그래서 교육을 할 때 사무국 직원만 하지 않았어요. 네트워크 참여 기관의 종사자들도 함께 이해하고 같이 변화해야만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거지요. 그래서 다함께 지역을 넘나들어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다른 네트워크도 보고 사람들, 사업도 보면서 성장할 수 있었고, 참여하는 기관 입장에서도 이건 직원들에게 너무 좋은 기회라고 보셨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코로나 이후 실천 현장에 처음 들어온 사회복지사 후배들, 기관의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게 이런 부분이에요. 기관 안에서 맡은 실무만 담당하다보면 시야도 좁아지고 연대나 협력의 필요에 대해서 느끼거나 경험하지 못하거든요. 코로나로 모든 다양한 외부 활동이 다 제한되고 축소되면서 사업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사회복지사들이 외부와 전체를 보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너무나 많이 잃었어요.

 

Q. ... 정말 그러네요. 사회복지사도 성장의 과정에서 나름의 발달과업이 있는 것이고, 외부와의 연대, 협력의 경험도 꼭 필요한데 지난 2년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던 것 같아요.

  제가 사회복지를 그렇게 시작해서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어요. 처음부터 제가 외부로 나가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아서 한 건 아니었어요. 사수가 시켜서 갔죠. 진짜 싫어 죽겠더라구요. (웃음)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에, 그것도 지역이 다른데 왜 가야하냐. 그랬더니 우리는 사람이랑 사업하는 거야. 그러니까 가야지.’라고 해서 정말 억지로 갔었죠. 그런데 한 번, 두 번 가다보니 보이고 배우는 게 있더라구요. 그러니 스스로 먼저 어디 가볼래요.’ 얘기도 하게 되고요.

코로나를 겪으면서 사업은 이제 경험도 있고 팬데믹이 와도 대처할 수 있는 것들이 준비되어가는데. 팬데믹 상황에서 조직이 구성원들의 성장을 어떻게 돕고 어떤 기회들을 만들 수 있을지는 여전히 비어있어서 고민이 됩니다. 끝나간다고 갑자기 한꺼번에 또 몰아서 하면 체할 수 있으니까 그럴 수도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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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 지난 실천활동을 떠올리며]

Q. 부장님의 숙제이실텐데 저는 이런 고민을 하고 계신다는 것이 참 반갑고, 그래서 숙제를 어떻게 해결해가실지 한편 기대가 됩니다.

  이게 또 법인에서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더 힘들 수 있는데 감사하게도 이전 법인이나 현재 법인 역시 사람이 우선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선 사람이 커야, 사업도 크고 기관도 큰다.’ 라는 것이 있어서요. 차근차근 잘 풀어가야지요.

 

Q. 저는 대화를 할수록 준비된 부장님이시라는 생각이 계속 강하게 드는데요.(웃음) 사회복지사로 김은정은 어떤 사람이고, 또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저는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기획력이 있고 그런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이런 것들을 잘 정리해내고 효율적으로 문서화하고 이런 쪽에 강점이 있죠. 처음에 네트워크사업을 하면서 업무분장을 할 때에도 돌아가면서 일을 하기로 했었는데 하다보니 자기가 잘하는 일을 하면서 보완하고 협력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코로나 전까지는 제가 졸업한 모교의 요청으로 학생들에게 문서교육을 매년 했었어요. 저희 직원들을 보더라도 새내기 때 제일 어려워하는 것이 문서, 행정이더라구요. 사회복지현장에서는 그게 출력문서이든 전자문서이든 우리가 하는 일을 글로 남길 수밖에 없잖아요. 연차가 좀 된 분들도 당연히 잘하겠지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좀 정리해서 나누고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좀 더 보기좋고 세련되게, 효율적으로 문서, 행정작업을 할 수 있도록요.

  스마트워크에도 그래서 관심이 많은데 이게 직원들이 스스로 경험하고 필요를 느껴 합의해야 되는 거라서 제가 섣불리 먼저 이야기할 수는 없더라구요. ‘이렇게 해라가 되버리면 명령이 되는 거고, 명령이 되면 그 다음 것을 하지 않거든요. 스스로 이해해야 적용도 하고 응용도 하며 그 다음이 있는 거죠.

 

Q. 오늘 인터뷰를 통해서 부장님의 사회복지 실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엿본 듯한 기분입니다. 동료 사회복지사분들, 특히 실천현장에 발을 내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동료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제가 인터뷰를 제대로 잘 했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 일하면서 어찌보면 사람 때문에 제일 힘들기도 했는데, 또 사람들이 가장 힘을 주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외부에서 다른 사람들과 무얼 해볼 기회가 생기면 고민없이 그냥 해봤던 것 같아요. 때로는 업무랑 전혀 관계없는 곳에서도 어울리고, 도와달라고 하면 할 수 있는 것들 하기도 하구요.

  이게 또 재미있는 것이,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 같다가도 외부에서, 다른 세상에 가보면 제 일이 가장 쉬워보이더라구요. 20, 30년씩 한 분야에 몸담고 일하고 계신 분들 보면 여전히 새로운 기획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시고 그냥 내 역할이니까라고 늘 하시더라구요. 그럼 또 저도, ‘나도 저 분들처럼 잘 넘어갈 수 있겠다했던 것 같아요. 뚫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제 안에 쌓였고 그걸 발견할 수 있었구요. 누구나 내면에 견디고 이겨내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는데, 이게 나 혼자 있을 때에는 안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용기를 내시고, 일하시면서도 외부 활동을 다양하게 경험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지금에 오기까지 옆에서 지지해주고,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었던 동료들, 리더들에게 배우고 받았던 것처럼 잘 해갈 수 있도록 더 고민하고 고민하겠습니다.

 

Q. 인터뷰를 잘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저는 마치면서 오히려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오늘 어떠셨는지 여쭙고 짧은 인터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어색하고 쑥스럽기도 했지만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제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어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리더들과 동료들이 그러했듯이 동료들과 함께 서로 잘 끌어주고 밀어주며 옆에서 지지하는 동료로 거듭나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년만 해보기로 마음먹고 뛰어들었던 사회복지 현장에서 이 사업까지는 끝내야지.’라는 마음으로 1년 더, 1년 더 하던 것이 어느새 13년이 넘었다고 한다. 좋은 리더들을 만났고 계획되어있는 것들을 하기만 하면 되었다던 겸손함 너머로 낯선 사람들, 낯선 만남에 대해 열려있는 태도와 도전하는 용기, 적극적인 연대와 협력의 경험을 통해 계속해서 자신과 상황을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단련해가는 성실함이 반짝인다.

사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힘주어 이야기하는 그녀가 조직과 현장의 후배들을 위해 지금 해가고 있는 고민이 마침내 귀하고 값진 결실을 맺게 될 날을 우천복지재단이 한 마음으로 바라며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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