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한 동기를 사회과학적으로 풀어냅니다"
- 2025 우천상 수상자 김민재 사회복지사 인터뷰
'차세대 리더'라는 타이틀은 때로 엄청난 무게감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 무게를 동료들을 향한 감사와 스스로를 향한 성찰의 시간으로 바꾸는 사람이 있습니다. 2025년 우천상 수상자, 김민재 사회복지사와의 인터뷰는 그의 말처럼 [배우고, 실천하고, 연구하며, 연대하고, 공유하는] 사회복지의 선순환 과정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상 받고 나니, 함께한 사람들이 더 선명해졌어요.
Q. '차세대 리더'에게 주어지는 우천상 수상,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나 자신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 너무 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신나게 신청서를 작성했어요. 제 경력을 정리하면서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피드백을 받는 경험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수상을 하고 나니 '아, 내가 엄청 무모한 일을 했네' 싶을 만큼 무게감이 생기더라고요. (웃음) 상을 받고 자랑하고 다닐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 순간순간마다 진짜 같이 해준 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몇 년 만에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 연락드린 분들도 계세요."
김민재 님은 현재 파라다이스복지재단 장애아동연구소에서 과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이들을 위해 문화예술 경험과 회복, 그리고 포용의 기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수상 명단에 적힌 이름 순서를 보면서 동료분들이 더 크게 생각해주시더라고요. '그럼 김민재가 전국 사회복지사들 중에 8등이야?'라며 유쾌하면서도 뜨거운 축하를 보내주셨고, 시상식 날에는 휴가까지 내고 오셔서 현수막을 흔들어주셨는데, 정말 감사했습니다."

사회복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배움의 여정
Q. "배우고, 실천하고, 연구하며, 연대하고, 공유한다"는 다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사례관리나 지역조직화 사업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잖아요. 그런데 사회복지만 알아서는 이 많은 사람들의 성향과 기호를 고려하면서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생겼어요. 충분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그 이해의 끝은 없겠더라고요. 그때부터 문화, 예술, 인권 등 다양한 분야를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의 배움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배운 것을 정리하기 위해 연구 방법론을 공부했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기에 동료들과 '연대'했으며, 그 성과를 다시 '공유'하며 새로운 배움으로 나아갔습니다.
"결국은 다른 사람과 함께 기획하고, 성찰을 다시 공유하면 또 새롭게 배울 것이 생기는, 이런 순환적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천이 연구로, 연구가 다시 당사자를 돕는 실천으로
#1. 한 어머니의 기도, 아동 주거권 조례 제정
"이 프로젝트는 저도 되게 넓어지는 경험이었어요."
김민재 님이 포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한 '비주택거주 아동가구 주거상향 지원사업'은 실천과 연구, 연대가 어떻게 시너지를 내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어린이재단, 시의원, 대학교수, 지역 주민단체와 연대해 아동 주거 실태를 공론화하고, 경기도 북부 최초로 아동가족을 포함한 주거 복지 조례 제정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원칙이자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그래서 이 사람을 진짜 위하는 게 뭐냐'였어요. 우리가 보기에 열악한 환경일지라도 그분들에게는 이미 삶의 터전이니까요. 이분들이 스스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대안을 계속 연결하는 것이 저희의 원칙이자 합의 지점이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컨테이너 한 동에서 여덟 식구가 살던 가정이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던 날이었습니다.
"새집 문을 열고 딱 들어가는데, 등 뒤에서 어머님이 기도하시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때 '아, 사회복지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죠. 마침 그 직후 코로나가 덮쳤는데, 만약 그때 이사하지 못했다면 아이들이 그 좁은 컨테이너 안에서 어떻게 수업에 참여했을까... 어머니가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셨을 때, 그 순간이 정말 기억에 남더라고요."
#2. 현장의 언어로 이론을 번역하다, '체인지북'
"주변에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다 어렵다고 하는 거예요."
강점관점, 해결중심모델은 사례관리 현장의 중요한 화두지만, 많은 사회복지사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개념입니다. 그는 공공 영역 사례관리사들과 함께 이 이론을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가이드북, '체인지북'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고민했던 건 그거였어요. '결국 누군가의 변화를 이야기하는데, 그 변화한 내용은 왜 사회복지사만 갖고 있지?' 그분 기록인데, 그분도 갖고 있는 게 맞지 않나. 그래서 책을 두 권으로 만들었습니다. 한 권은 내담자가 직접 자신의 변화 과정을 적는 책이고, 다른 한 권은 사회복지사가 각 단계에서 사용하면 좋을 질문이나 주의사항을 담은 책이죠."

#3. ESG, 복지 현장의 '기회'이자 '위기'
최근 사회복지계의 뜨거운 감자인 ESG에 대해 그는 누구보다 전략적인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기업이 복지관에서 지향하는 가치들을 이제 본업 안에서 반영하겠다고 나선 것, 이건 정말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기업의 재원이 복지계와 같이 가게 된다면, 와 이건 정말... 너무 환상적인 콜라보잖아요."
하지만 그는 동시에 경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복지관에서 '우리는 재활용을 열심히 합니다' 라는 사내 환경 캠페인을 ESG의 대표 사례처럼 얘기하는 건 정말 안타까워요. 기업에서 여기를 선택할 이유가 없죠. 요즘 기업 사회공헌 쪽을 보면, 사회 문제를 굉장히 세련되게 풀어내면서 내실도 있는 곳들이 종종 있어요. 우리 현장이 긴장감을 많이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선하지 않기 때문에, 더 과학적으로 접근합니다
Q. '선한 동기를 사회과학적으로 풀어낸다'는 표현이 와닿습니다.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저는 제가 선하기 때문에 이렇게 풀어내자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내가 선하지 않은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되기 때문에' 이런 사회과학적 접근을 하자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충분히 선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게 정말 정의로운 일인지, 필요한 일인지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수단이 필요한 거죠. 그게 바로 사회과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익으로 돈 벌어, 다시 공익을 하고 싶어요
Q. 앞으로 어떤 리더가 되고 싶으신가요?
"솔직히 대규모 조직의 리더는 소질이 없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에요. (웃음) 저는 세대나 직위 간의 갈등에서 자유로운 리더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소규모나 1인을 지향하고 있는 거고요. 장기적으로는 제 다양한 경험들을 집약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요. '공익으로 돈 벌어서, 공익적인 걸로 다시 풀어내고 싶은 것.' 그게 사실 목표이긴 해요."
마지막으로 그는 번아웃으로 힘들어할 3~5년 차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불평과 불만에 공감이 크게 가지 않는다면, 그걸 굳이 의식하거나 휩쓸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현재 소속된 기관에서 너무 힘들어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상황상 주눅 드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면접관이다. 그 회사가 내가 다닐 만한지 아닌지 본다'는 자신감을 좀 갖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절대 좌절하지 마세요. 당신의 뛰어난 역량이 그 자리와 지금 안 맞는 상황일 뿐이니까요."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항상 두려운 게, 내가 선언하고 나를 규정한 내용이 될까 봐 걱정이 돼요. 당장 내일도 또 다른 배움과 새로운 경험이 있을텐데 기존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 거고요."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남긴 말입니다. 오늘의 생각이 내일의 더 나은 생각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아는 유연함, 그것이야말로 그가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다음 걸음을 우천복지재단이 항상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선한 동기를 사회과학적으로 풀어냅니다"
'차세대 리더'라는 타이틀은 때로 엄청난 무게감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 무게를 동료들을 향한 감사와 스스로를 향한 성찰의 시간으로 바꾸는 사람이 있습니다. 2025년 우천상 수상자, 김민재 사회복지사와의 인터뷰는 그의 말처럼 [배우고, 실천하고, 연구하며, 연대하고, 공유하는] 사회복지의 선순환 과정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상 받고 나니, 함께한 사람들이 더 선명해졌어요.
사회복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배움의 여정
실천이 연구로, 연구가 다시 당사자를 돕는 실천으로
제가 선하지 않기 때문에, 더 과학적으로 접근합니다
공익으로 돈 벌어, 다시 공익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