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 2025 우천상 수상자 오지언 사무국장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학교라는 가장 보편적인 공간에서 '낙인' 없이 아이들을 만나는 길을 넓혀온 사람이 있습니다. 현장의 외로움을 '연결'로 바꾸고, 제도 밖의 실천을 제도 안으로 이끌어온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오지언 사무국장의 여정은,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어떻게 정책과 실천의 선순환을 만들어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상은 제가 받았지만, 주인공은 현장의 동료들입니다
Q. '차세대 리더'에게 주어지는 우천상 수상,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차세대 리더'라는 말이 기분 좋으면서도 무겁게 느껴졌어요. 제가 이미 리더라기보다는, 앞으로 그런 역할을 해내라는 '숙제'를 주신 것 같았거든요. (웃음)"
그녀는 이 상을 개인의 영광이 아닌 공동의 노력에 대한 인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우천복지재단과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학교사회복지라는 영역을 응원해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시상식 날 동료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 상은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전국의 모든 학교사회복지사님들을 위한 것이구나' 싶어 울컥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서
Q. 학교사회복지사라는 진로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나 영화를 유독 좋아했어요. 매체 속 아이들은 누군가의 아주 작은 관심이나 손길만으로도 놀랍게 변화하고 성장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저에게 큰 울림을 줬죠."
이 순수한 동기는 실습을 거치며 '찾아가는 복지'에 대한 갈망으로 발전했습니다.
"기관이나 복지관에 있으면 누군가 저를 먼저 찾아와야 만날 수 있다는 게 늘 아쉬웠어요. '누구나 있는 곳에 오히려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리면 안 될까?' 그 답이 학교였습니다. 학교는 배경이나 환경과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모이는 공간이기에, 낙인 없이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확신했죠. 제가 찾아가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인 것도 좋았어요."

질문에서 시작된 ‘우리만의 지도’ 만들기
Q. 2012년 성남시 학교사회복지사업 매뉴얼 개발은 어떤 작업이었나요?
"그때 저는 정말 미숙한 신입이었는데, 현장에 가니 우리 현장의 특별함을 담은 서식도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어서 너무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동료들과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학교사회복지사라면 마땅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의 핵심은 본질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단순히 '몇 회기 진행'이 아니라, '방학 중에 아이들을 만나지 않으면 위기 개입이 끊기니 반드시 방학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는 식의 원칙을 세웠죠. 그때 만든 양식들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날 사무국은 눈물바다였습니다
Q. 국가 자격 제도 도입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가요?
"법안이 통과되는 순간을 사무국 식구들과 영상으로 지켜봤어요. '진짜 이게 될까?'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다가 의사봉이 두드려지는 순간, 다 같이 껴안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죠."
30년 가까이 법적 근거 없이 현장에만 존재하던 직군이 제도 안으로 들어오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합니다.
"학교사회복지사가 국가 자격이 되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웃음), 사회복지사업법 안에 학교사회복지를 명시하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탑 속에 갇힌 '라푼젤’들을 잇다
Q. 후배들과의 만남, 네트워크 활동을 유독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학교사회복지사는 학교에 딱 한 명뿐이에요. 마치 높은 탑에 갇힌 '라푼젤'처럼 외롭고 막막할 때가 많죠. 저 역시 그런 고립감을 느꼈기에, 동료들을 연결하는 일을 더 원하는 것 같아요."
그녀는 일본 연수를 기획해 동료들과 함께 떠나고, 수련지도자들과는 정기적인 줌 미팅으로 안부를 묻습니다.
"우리가 혼자 외딴섬처럼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그래야 지치지 않고 아이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기록이 기억이 되어 돌아온 순간
Q. 학교사회복지사로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얼마 전 십여년전에 만났던 학생이 새벽에 뜬금없이 SNS계정으로 DM을 보냈어요. 지금은 군대도 제대하고 대학생인데요. 최근에 중학교 때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를 떼어봤는데, 자기가 봐도 너무 정성스럽게 적혀 있더래요. '선생님, 저를 이렇게 좋게 봐주고 정성껏 써주신 건 학교사회복지사 선생님밖에 없었어요'라고요."
학교 밖을 겉돌던 아이의 강점을 찾아내 꼼꼼히 기록했던 그녀의 진심이, 1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아이에게 닿은 것입니다.
"저는 아이가 잘하는 부분, 좋은 점을 보려고 했던것 뿐인데 제가 아이 인생의 일부분이지만 한 페이지를 긍정적인 언어로 채워줬다는 게 참 감사하더라고요. 기록은 사라지지 않고 아이의 자산으로 남기도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재미있는 리더, 판을 깔아주는 리더를 꿈꾸며
Q. 앞으로 어떤 리더가 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좀 재미있는 리더가 되고 싶어요. (웃음) 회의록 작성자를 정할 때도 보드게임으로 정하고, 점심시간엔 다 같이 수영도 다니고요. 일이 힘들수록 그 안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야 오래 버틸 수 있거든요."
그녀는 리더십을 '기회를 주는 역할'로 정의했습니다. 학교라는 현장이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듯, 그녀 역시 동료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오지언 사무국장은 아이들과 동료들로부터 받은 사랑이 이 길을 계속 걷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녀가 잇는 단단한 연결고리 안에서, 전국의 '라푼젤'들도, 그리고 아이들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닐 것입니다.
우천복지재단이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학교라는 가장 보편적인 공간에서 '낙인' 없이 아이들을 만나는 길을 넓혀온 사람이 있습니다. 현장의 외로움을 '연결'로 바꾸고, 제도 밖의 실천을 제도 안으로 이끌어온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오지언 사무국장의 여정은,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어떻게 정책과 실천의 선순환을 만들어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상은 제가 받았지만, 주인공은 현장의 동료들입니다
아이들을 만나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서
질문에서 시작된 ‘우리만의 지도’ 만들기
그날 사무국은 눈물바다였습니다
탑 속에 갇힌 '라푼젤’들을 잇다
기록이 기억이 되어 돌아온 순간
재미있는 리더, 판을 깔아주는 리더를 꿈꾸며